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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여행기 5

박물관 2010. 4. 4. 11:29
31일. 육일째. 올레길 9코스


오전 9시 22분. 게스트하우스 내 식당

오늘은 늦잠을 좀 잤다. 어제 나 포함 5명이서 고기를 먹은 것은 정말 괜찮았다. 비싼 흑돼지 고기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아.. 싫다.


오후 7시 24분.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아침에 우의를 입고 길을 떠났다. 와하하 게스트하우스에서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9번 코스의 시작지점에 도착했다.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 대략 1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12시에 9번 코스를 시작했다. 9번 코스를 도는 이유는 올레길 홍보 책자에 적힌 '제주에도 이런 길이?' 라는 한 문구 때문이다. 이상하게 호소력 짙은 저 한 문장에 이끌려 9번 코스를 시작한 거다.

직접 다녀보니 정말 제주도 길 같진 않았다. 바다는 거의 안보이고 얕으마한 산을 세 번이나 타는 코스이니. 안덕계곡을 지날 때를 제외하곤 많이 힘든 길도 없어서 추천할 만하다.

어제 우도를 돌면서 오른쪽 무릎이 아팠는데 오늘도 아프더라. 그래도 오늘은 혼자 길을 떠난 거라 쉬엄쉬엄 잘 다녔다.

산 중턱에서 갑자기 배가 고프더라. 아. 내려가기도 뭐하고 그냥 참기도 고통스러운 이 허기짐이란. 게다가 오늘은 초코바도 안 사왔다.

꾸역꾸역 걷다 보니 산길은 끝나고 민가가 나왔다. 헉! 저 앞 담벼락에 1.5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회색 개 한 마리가 날 쳐다본다. 원래는 흰색 개일 테지만 회색 개로 보일 만큼 관리가 안된 유기견 같았다. 최대한 개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 했는데 길 앞쪽에 같은 크기의 시커먼 개가 한 마리 더 있더라. 아. 개가 이리 무서울 줄이야. 일단 멈춰서 등을 돌리고 개들의 시선을 피했다. 가만히 서서 3~4분쯤 지났을까? 개 두 마리가 슬쩍 근처로 오더니 사라지기에 후다닥 길을 빠져나왔다.

큰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자그마한 식당이 있기에 들어가서 보리비빔밥을 먹었다. 인심 후한 아주머니 덕에 제육덮밥까지 서비스로 먹고, 수제비도 먹고, 발효식품 이라는 정체 모를 음료도 먹었다. 직접 만든 거라 하시던데 맛있더라. 배부르게 잘 먹고, 올레꾼들이 적는 방명록이 있기에 몇 자 쓰고 나왔다.

9번 코스를 끝내고 근처 해양경찰서에 들어가 차를 얻어타고 버스정류장에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산방산 게스트하우스까지 왔다. 이곳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는 와하하 게스트하우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내일 소낭 게스트하우스까지 들리고 제주도의 대표적인 3대 게스트하우스를 비교해서 적어봐야겠다.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의 강점은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온천을 두 번 이용할 수 있는 것! 온천의 개별적인 1회 입장료는 11,000원이라던데,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1박 이용료가 20,000원인걸 생각하면 참 웃기다. 온천은 탄산수 온천인데 아직 내가 어려서 그런지 딱히 어떤 점이 많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피로는 싹 풀리더라.

8시 30분부터 바베큐 파티를 한다는데 참가비가 만원이다. 여긴 식당에서 아침과 저녁밥을 3,000원에 파는데, 고기는 어제 먹었으니 그냥 간단하게 식당 밥이나 먹어야겠다.


오후 8시 32분. 침대 위

여기 밥은 별로다.

내일은 스쿠터를 렌트해서 제주도 북동쪽을 다녀보려 했는데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더라. 아 대체 무슨 날씨가 이런다냐.

내일은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낼 생각인데 솔직히 다시 와하하 게스트하우스로 가고 싶다. 제일 포근한 느낌이라 그런가 보다. 결정적으로 소낭 게스트하우스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 지금 상황으로 소낭 게스트하우스는 예약 자체가 안된다. 그래도 일단 3대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경험해 보고 싶으니 어쩔 수 없지.


* 오늘 총 사용한 금액
터미널행 버스비 2,000원
대평리행 버스비 1,000원
보리비빔밥 6,000원
게스트하우스행 버스비 1,000원
게스트하우스 숙박비 20,000원
저녁밥 3,000원
캔맥주 3,000원
총 36,000원
오늘까지 총 320,13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