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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첫째날


오후 2시 15분. 지하철

공항에 가고 있다. 앞에 앉은 여학생들이 종일 조잘거린다. 이 아이들도 여행을 가는지 짐이 한가득 이다. 난 저 나이 땐 여행을 몰랐는데.. 한 손으로 책을 받치고 쓰는 거라 글씨가 엉망이다. 원래 난 이 정도로 악필은 아니다.


오후 3시 25분. 김포공항

일찍 왔다. 정말이지 너무 일찍 왔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티켓까지 받았는데도 아직 40여 분이 남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비행기를 타러 모인 사람들. 어떤 사람은 나와 같이 여행을 목적으로, 어떤 사람은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기 나름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공항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바로 단체로 이동하는 학생들. 너무 시끄럽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내가 학생 땐 무조건 버스를 타고 수학여행 등을 다녔는데, 요즘은 제주도 정도는 기본으로 가는가 보다. 이 시끄러운 고딩들.

시간이 많이 남아 공항을 둘러볼까 하다가 그냥 관뒀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지금은 배가 고프다. 식당이나 찾아봐야지.

제주도로 가는 탑승권



오후 3시 40분. 공항 내 식당

배가 고파서 식당에 왔는데, 가격이 비싸다. 그나마 싼 햄버거와 사이다 세트를 시켰는데도 6,000원이다. 빅맥보다 맛없기만 해봐라.

맞은편에 앉은 외국인은 돈까스에 맥주를 곁들여 먹고 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나름의 로망이 생겨서 기쁘다. 햄버거가 나온 사진을 찍고 싶지만 쪽팔려서 못하겠다. 예상대로 햄버거는 형편없다. 제길.


오후 5시 30분. 제주 국제 공항

아! 비행기 탑승 전에 미리 펜과 노트를 빼뒀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륙의 순간은 짜릿하더라. 핸드폰을 잠시 꺼두라는 승무원의 말을 무시한 채 이륙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봤다. 왠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못된 심보. 히히

이스타항공은 실제로 타보니 매우 만족스럽다. 서비스도 좋고 가격도 싸다. 단지, 날개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소음이 너무 컸다. 정말 시끄럽더라.

승무원들은 참 이상했다. 화장 떡칠에 며칠을 굶은 것처럼 말라있었는데, 가슴에 뽕은 또 왜 그리 큰걸 넣었는지.. 비정상적인 그 모습에 안쓰러웠다.

친구에게 전화해 제주도라고 깜짝 소개를 한 후, 일정을 생각해봤다. 서울은 비가 오던데 이곳은 해가 쨍하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런 날씨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서귀포행 버스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로 가자!


오후 10시 20분. 여인숙

버스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강 1시간이 넘었을 즈음 종점에 내릴 수 있었고, 내가 갈 곳인 쇠소깍을 가려 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지금 그곳에 가면 잘 곳도 없다고 만류를 하더라. 근처 게스트 하우스는 모두 만원이었고 민박집 역시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모텔로 이동해서 가격을 알아봤더니 4만원이나 한다고 하더라. 조금만 깎아보려 했지만, 모텔 직원은 완강했다.

조금 더 알아본다고 하고 모텔을 나와 근처 여인숙에 가격을 물어보니 단돈 만원! 파격적인 그 가격에 당장 방을 잡았다. 썩 마음에 드는 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원에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이곳 말고는 없었기에 그냥 만족해하기로 했다.

제주도 소주 한라산



저녁을 먹으러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데 마땅히 끌리는 음식이 없다.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가 돼지국밥을 시켰다. 국밥엔 역시 소주가 빠지면 안되는지라 소주도 시켰는데, 제주도 소주인 한라산이 나왔다. 신기한 마음에 사진도 찍어보고 뚜껑을 따서 한잔 맛을 보았다. 소주는 역시 그 맛이 그 맛 같다.

하도 길게 썼더니 팔이 아프다. 여인숙에서의 밤은 이렇게 깊어 간다.


* 오늘 총 사용한 금액
햄버거와 사이다 6,000원
버스비 5,000원
여인숙 10,000원
돼지국밥과 소주 8,000원
총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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